2/24/2026

술에 대한 추억

글렌피딕 18년 Vat 04 시음기 — 솔레라가 만든 47.8%의 차이

글렌피딕 18년 Vat 04 시음기 — 솔레라가 만든 47.8%의 차이

공항 면세점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진열대 한쪽에는 익숙한 삼각형 병의 글렌피딕 18년이 있었고, 다른 쪽에는 "Perpetual Collection Vat 04"라는 낯선 라벨의 글렌피딕 18년이 놓여있었습니다.

같은 18년산인데 가격은 약 20파운드 차이.

도수는 40%와 47.8%.

그 차이가 궁금해서 결국 Vat 04를 집어들었고, 집에 돌아와 병을 열었을 때 그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했습니다.

오늘은 글렌피딕 18년 Perpetual Collection Vat 04의 모든 것을 풀어보겠습니다.

Vat 04란 무엇인가 — 솔레라 시스템의 진화

많은 분들이 "Vat 04가 뭐예요?"라고 묻습니다.

글렌피딕 Perpetual Collection은 2022년 중반 면세점 전용으로 출시된 4종 시리즈입니다.

Vat 01부터 04까지 있으며, 각각 다른 숙성 기간과 도수를 가집니다.

끝나지 않는 숙성, 솔레라 방식

Vat 04의 핵심은 "Perpetual(영구적인)" 솔레라 시스템입니다.

솔레라는 원래 셰리 와인 생산에 쓰이는 방식으로, 통을 절대 완전히 비우지 않고 항상 절반만 병입하고 나머지 절반은 남긴 뒤 새 원액을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글렌피딕은 1998년 15년 Solera Reserve를 만들면서 이 기법을 위스키에 처음 도입했고, Vat 04는 그 진화형입니다.

공식 설명에 따르면 "각 세대의 위스키가 과거 위에 쌓이며, 캐릭터와 복합성이 계속 증가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Vat 04에는 처음 채운 원액의 일부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18년 숙성 원액을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와 버번 캐스크에서 마리지한 뒤, 솔레라 Vat 4에서 지속적으로 섞이며 진화하는 것입니다.

47.8% ABV와 논칠필터드

Vat 04의 가장 큰 차이는 도수입니다.

일반 글렌피딕 18년(Small Batch Reserve)이 40% ABV인 반면, Vat 04는 47.8% ABV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논칠필터드(Non-Chill-Filtered)라는 점입니다.

일반 18년은 칠필터드이지만, Perpetual Collection Vat 03과 04는 냉각 여과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출처: Nicks Wine Merchants)

논칠필터드는 오일과 에스터 성분을 그대로 유지해 더 풍부한 질감과 복합적인 풍미를 제공합니다.

시음 환경 — 2025년 2월 서울, 조용한 저녁

시음 일시: 2025년 2월 중순, 저녁 8시

장소: 서울 자택, 조용한 서재

글라스: 글렌케언 글라스

온도: 실온(약 20도)

물: 제주 삼다수 한 방울 추가 테스트

비교 대상: 글렌피딕 18년 Small Batch Reserve (40% ABV)

병을 개봉한 지 약 2주 경과한 상태에서 시음했으며, 니트 상태로 먼저 음미한 뒤 물 한 방울을 추가해 변화를 확인했습니다.

색상 — 진한 브론즈의 깊이

글라스에 따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색입니다.

공식 설명대로 "Rich Bronze(진한 브론즈)"입니다.

일반 18년의 앰버 골드보다 확연히 짙은 구리빛을 띱니다.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의 영향이 분명합니다.

글라스를 기울이면 다리(legs)가 천천히 내려오는데, 47.8%의 높은 도수와 논칠필터드 특성상 오일리한 질감이 예상됩니다.

노즈 — 과수원과 오크의 조화

글라스를 코에 가까이 대기 전, 30초 정도 기다렸습니다.

47.8%라는 도수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첫 향 — 사과 파이와 바닐라

가장 먼저 올라오는 것은 익은 과수원 과일입니다.

구운 사과, 특히 사과 파이를 연상시키는 달콤하고 따뜻한 향입니다.

공식 테이스팅 노트에 나온 "ripe orchard fruit, baked apple"이 정확합니다.

(출처: The Drink Society)

그 뒤로 바닐라 오키니스(vanilla oakiness)가 강하게 나타납니다.

버번 캐스크에서 온 바닐라 크림과 토스티드 오크의 조합입니다.

중반 향 — 헤더 허니와 다크 프루츠

글라스를 조금 더 기다리면 헤더 허니(heather honey)의 달콤함이 올라옵니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서 자라는 히스 꽃에서 채취한 꿀의 독특한 향긋함입니다.

그와 함께 건포도, 자두 같은 다크 프루츠가 느껴지는데, 이것이 올로로소 셰리의 영향입니다.

위스키 리뷰어가 언급한 "dark fruits"가 바로 이것입니다.

(출처: Whisky Journey With Z)

뒷 향 — 에스프레소와 스파이스

노즈 후반부에는 에스프레소, 블랙 페퍼, 시나몬, 카다멈이 등장합니다.

18년 오크 숙성에서 비롯된 스파이시함과 약간의 쓴맛입니다.

레몬 껍질의 시트러스 향도 은은하게 느껴집니다.

전체적으로 "spicy and sweet"라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팔레이트 — 벨벳 같은 질감의 충격

첫 모금을 입에 머금는 순간 가장 놀라웠던 것은 질감입니다.

"Warm, mellow and velvety smooth"라는 공식 설명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초반 — 밀크 초콜릿과 몰트

입안에 들어오면 밀크 초콜릿의 부드러운 단맛이 혀를 감쌉니다.

그 위로 설탕에 절인 몰트(sugary malt)와 토스티드 오크의 고소함이 겹칩니다.

일반 18년보다 확연히 무겁고 크리미한 질감인데, 이것이 논칠필터드의 장점입니다.

47.8%임에도 전혀 알코올 자극이 없고, 오히려 부드럽게 입천장을 코팅하는 오일리함이 인상적입니다.

중반 — 스위트 오크와 소프트 프루츠

미드 팔레이트에서는 "sweet oak notes and soft fruits combine beautifully"라는 표현 그대로입니다.

(출처: The Drink Society)

배, 복숭아 시럽 같은 과일의 달콤함과 오크의 우디함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룹니다.

어떤 리뷰어가 "canned peach syrup"이라고 표현한 것이 정확합니다.

(출처: Whiskybase)

후반 — 스파이스와 약간의 쓴맛

팔레이트 후반에는 블랙 페퍼, 시나몬의 스파이시함이 올라옵니다.

인삼을 오래 끓인 것 같은 약간의 쓴맛도 느껴지는데, 이것이 18년 오크 숙성의 탄닌입니다.

감초(licorice)의 느낌도 살짝 있습니다.

피니시 — 길고 따뜻한 여운

피니시는 "Long, delicate and complex"라는 공식 설명이 맞습니다.

(출처: CaskCartel)

첫 여운은 과일향과 달콤함이 주도하다가, 점차 드라이하고 스파이시하며 우디한 방향으로 변합니다.

리뷰어가 "Firstly it is quite fruity and sweet but it gets drier, spicy and woody by the end"라고 표현한 그대로입니다.

(출처: Whisky Journey With Z)

미디엄에서 롱 사이의 길이로, 최소 1분 이상 여운이 남습니다.

마지막까지 "warming and rewarding"한 느낌이 지속됩니다.

물 한 방울 추가 시 변화

제주 삼다수를 스포이트로 한 방울 떨어뜨린 뒤 다시 시음했습니다.

노즈에서 과일향이 더 선명하게 올라오고, 에스프레소와 스파이스가 조금 부드러워졌습니다.

팔레이트에서는 오일리함이 약간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크리미한 질감이 유지됩니다.

피니시가 조금 짧아졌지만, 대신 더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니트 상태를 더 선호하지만, 물을 추가하면 더 접근하기 쉬운 스타일이 됩니다.

일반 글렌피딕 18년과의 비교

집에 있던 글렌피딕 18년 Small Batch Reserve(40% ABV)와 나란히 비교 시음을 했습니다.

도수 차이가 만드는 극적인 변화

일반 18년은 40%로 부드럽고 우아하지만, 다소 가볍게 느껴집니다.

Vat 04는 47.8%로 훨씬 무겁고 풍부하며, 입안을 채우는 질감이 압도적입니다.

일반 18년을 마신 직후 Vat 04를 마시면, 마치 HD 영상을 보다가 4K로 바꾼 것 같은 느낌입니다.

칠필터드 vs 논칠필터드

일반 18년은 칠필터드라 깔끔하고 매끄럽지만, 약간 밋밋한 느낌도 있습니다.

Vat 04는 논칠필터드라 오일리하고 복합적이며, 각 풍미가 더 선명하게 구분됩니다.

특히 팔레이트에서 차이가 극명합니다.

가격 대비 가치

일반 18년은 약 80~100파운드(미국 $100~110), Vat 04는 약 100~120파운드(미국 $111~150) 수준입니다.

20~30파운드 차이로 47.8% ABV + 논칠필터드 + 솔레라 방식을 경험할 수 있다면, Vat 04가 훨씬 나은 선택입니다.

리뷰어가 "So much better than the regular 15 year old!"라고 평가한 것처럼, 일반 라인업보다 확실히 한 단계 위입니다.

(출처: Whisky Journey With Z)

다른 스페이사이드 18년과의 비교

같은 가격대 스페이사이드 18년산들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맥켈란 18년 vs Vat 04

맥켈란 18년 셰리 오크는 훨씬 무겁고 셰리 중심적입니다.

Vat 04는 버번과 셰리의 균형이 더 잘 잡혀 있고, 과일향이 더 신선합니다.

가격은 맥켈란이 2배 이상 비싸므로, 가성비는 Vat 04가 압도적입니다.

글렌리벳 18년 vs Vat 04

글렌리벳 18년은 더 가볍고 플로럴하며, 우아한 스타일입니다.

Vat 04는 더 무겁고 스파이시하며, 복합적입니다.

둘 다 훌륭하지만 방향성이 다릅니다.

오해와 진실

Vat 04에 대해 자주 오해하는 부분들을 바로잡겠습니다.

Vat 04는 한정판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Perpetual Collection을 한정판으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면세점 전용 정규 라인업입니다.

솔레라 방식 특성상 계속 생산되며, 공급이 끊기지 않는 한 구매 가능합니다.

Vat 04가 일반 18년보다 오래 숙성된 것은 아니다

둘 다 18년 숙성입니다.

차이는 숙성 후 마리지 방식(솔레라)과 도수, 필터링 여부입니다.

면세점 전용이라고 품질이 낮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Vat 03, 04는 일반 라인업보다 높은 도수와 논칠필터드로 더 프리미엄합니다.

추천 대상

Vat 04는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강력 추천:**

- 글렌피딕 일반 18년을 좋아하지만 조금 더 강렬한 버전을 원하는 분

- 논칠필터드 위스키를 선호하는 분

- 47~48% ABV대 위스키를 편하게 즐기는 분

- 스페이사이드 싱글몰트 애호가

**보통 추천:**

- 위스키 입문자 (도수가 다소 높을 수 있음)

- 피티드 위스키만 좋아하는 분 (논피티드)

**비추천:**

- 40% ABV 이하만 마시는 분

- 매우 저렴한 가격대만 찾는 분

총평 및 평점

글렌피딕 18년 Perpetual Collection Vat 04는 일반 18년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47.8% ABV + 논칠필터드 + 솔레라 방식이 만들어낸 풍부함과 복합성이 인상적입니다.

과수원 과일, 바닐라 오크, 헤더 허니, 다크 프루츠, 스파이스가 조화를 이루며, 벨벳 같은 질감과 긴 피니시가 만족스럽습니다.

일반 18년보다 20~30파운드 비싸지만, 그 차이를 충분히 정당화하는 품질입니다.

Whiskybase 평점 84.99/100, 개인 평점 88/100을 주겠습니다.

(출처: Whiskybase)

면세점에서 일반 18년과 Vat 04 사이에서 고민한다면, 주저 없이 Vat 04를 권합니다.

**최종 평점: 88/100**

**가성비: 매우 우수**

**재구매 의향: 있음**

구매 정보

Vat 04는 면세점 전용 제품으로, 공항이나 온라인 면세점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가격: £100~120 / $111~150 / 호주 $160~180

용량: 700ml

도수: 47.8% ABV

논칠필터드, 천연 색상

바코드: 5010327325804

---

이 시음기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광고나 협찬 없이 독립적으로 구매한 제품을 리뷰한 것입니다. 모든 출처는 신뢰할 수 있는 위스키 리뷰 사이트 및 공식 판매처에서 확인했습니다.

추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