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1/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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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그란트 익스플로레이션 넘버원 시음기 | 스페이사이드가 럼을 만났을 때

글렌그란트 익스플로레이션 넘버원 시음기 | 스페이사이드가 럼을 만났을 때
시음기 · Tasting Review 2026

글렌그란트 익스플로레이션 넘버원 시음기
— 스페이사이드가 럼을 만났을 때

작성일 2026년 5월 14일  |  카테고리 싱글몰트 위스키 시음기  |  예상 독서 시간 약 15분

증류소
글렌그란트 (Rothes, 스페이사이드)
도수
48% ABV
용량
700ml
캐스크
버번 배럴 → 럼 캐스크 피니시
냉각여과
Non-Chill Filtered
국내 가격
99,800원 (이마트 트레이더스)

솔직히 처음엔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평소에 글렌그란트를 즐겨 마시긴 하지만, '한정판'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위스키들이 늘 기대만큼의 맛을 보여주는 건 아니었거든요. 게다가 스페이사이드 위스키에 럼 캐스크라니 — 조합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시음 행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들러 한 잔 마셔봤는데, 첫 모금을 넘기자마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 이건 좀 다르다. 그 느낌이 이 긴 시음기를 쓰게 만든 이유예요.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시음하면서 기록한 노트를 바탕으로, 글렌그란트 익스플로레이션 넘버원의 모든 것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단순히 맛만 다루는 게 아니라, 이 제품이 왜 만들어졌는지, 글렌그란트의 기존 라인업과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실제로 사야 할지 말지까지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글렌그란트 익스플로레이션 넘버원

1. 글렌그란트와 익스플로레이션 시리즈 배경

증류소 특징과 철학

글렌그란트(The Glen Grant)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의 로스(Rothes) 마을에 자리한 증류소입니다. 1840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증류소로, 현재는 이탈리아 프리미엄 주류 기업 캄파리 그룹 산하에 있습니다.

글렌그란트를 다른 스페이사이드 증류소들과 구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증류기와 정화 장치(purifier)의 조합입니다. 증류소 부지 내 3만 평 규모의 빅토리안 가든(Victorian Garden)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된 독자적인 증류 시스템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구현할 수 없는 섬세하고 가벼운 과일향 위주의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가장 우아한 싱글몰트'라는 평가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에요.

글렌그란트는 주력 제품들을 대부분 버번 캐스크 위주로 숙성합니다. 캄파리 그룹 브랜드 앰버서더에 따르면, 이는 복합적이고 자연적인 풍미를 구현하는 데 버번 캐스크가 더 적합하다는 브랜드 철학에 기반한 선택이라고 합니다. 셰리 캐스크가 아닌 버번 캐스크 중심의 스페이사이드 위스키를 찾는 분들에게 글렌그란트가 꾸준히 추천받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익스플로레이션 시리즈란?

2025년 9월 3일, 글렌그란트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익스플로레이션 시리즈(Exploration Series)'의 첫 번째 제품을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격년 주기로 새로운 캐스크 피니시를 탐험하는 한정판 시리즈로, 그 시작을 알리는 제품이 바로 이 '익스플로레이션 넘버원'이에요.

시리즈명의 기원은 창립자 제임스 '더 메이저(The Major)' 그란트에게서 왔습니다. 이동이 쉽지 않았던 19세기 후반, 그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전 세계를 탐험하며 영감을 찾아다녔고, 히말라야에서 가져온 '히말라야 블루 포피'는 지금도 증류소의 빅토리안 가든에서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 탐험 정신을 캐스크 실험으로 계승한 것이 이 시리즈예요.

"익스플로레이션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증류, 피니시, 풍미 프로파일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더 메이저가 그랬듯, 우리도 세계 각지의 다양한 캐스크를 탐험해나갈 것입니다."
— 마스터 디스틸러 그레이그 스테이블스(Greig Stables)

출처: PR Newswire 공식 보도자료 (2025.09.03) / 글렌그란트 공식 홈페이지

익스플로레이션 넘버원은 글렌그란트 역사상 최초의 캐스크 피니시 제품입니다. 전통적인 버번 배럴에서 숙성을 마친 원액을 엄선된 럼 캐스크로 옮겨 추가 피니시를 거쳤고, 비냉각여과(Non-Chill Filtered) 방식으로 48% ABV에 병입됐습니다. 한국에는 2025년 10월 22일 이마트 트레이더스 전 지점 단독으로 출시됐으며, 재출시 계획이 없는 진정한 한정판입니다.

출처: 스포츠경향 (2025.10.22), 네이트뉴스 (2025.10.22)


2. 본격 시음기 — 노즈, 팔레트, 피니시

시음은 글렌캐런 글라스(Glencairn Glass)를 사용했고, 약 5분 정도 가만히 두어 알코올이 어느 정도 날아간 다음 진행했습니다. 물은 처음에 넣지 않고 니트(neat)로 마셨으며, 이후 소량의 물을 더해서 변화가 어떤지도 확인했어요.

컬러 (Color)

🎨 Color

밝고 따뜻한 앰버 색. 캐리비안 선셋이라고 부를 만한 황금빛 오렌지가 감돕니다. 자연 색이 이렇게 예쁜 위스키는 오랜만이었어요. 잔을 기울이면 테두리가 살짝 연한 골드로 빠지는 투명감도 인상적입니다.

노즈 (Nose)

👃 Nose

잔을 코에 가까이 가져가는 순간, 예상치 못한 트로피컬한 향이 먼저 치고 옵니다. 잘 익은 바나나와 망고, 파인애플이 뒤섞인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 아래로는 글렌그란트 특유의 과일향 — 오렌지 껍질, 살구 — 이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습니다. 처음엔 럼이 떠오를 수도 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스페이사이드 위스키의 깨끗하고 섬세한 베이스가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달콤한 바닐라 향도 살짝 올라오면서 전체적으로 굉장히 향긋하고 화사한 인상을 주네요. 위협적이지 않고, 오히려 먼저 다가오는 친근한 향이에요.

물을 약간 더하면?

소량의 물을 가하자 바나나와 파인애플의 트로피컬 노트가 더 선명하게 열렸습니다. 바닐라 크림 같은 부드러운 단향도 같이 올라오면서, 알코올의 날카로움이 잡히고 훨씬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됐어요. 48%임에도 알코올 자극이 꽤 있는 편이라, 처음 마시는 분들이라면 물 몇 방울을 권장합니다.

팔레트 (Palate)

👅 Palate

첫 모금은 꽤 자극적입니다. 48% ABV에 비냉각여과라는 점이 혀에서도 확실히 느껴지는데, 그 알코올 뒤를 따라오는 맛의 레이어가 풍성해서 결코 불쾌하지는 않아요. 부드러운 바나나의 단맛이 먼저 자리를 잡고, 그다음으로 오렌지와 열대과일의 새콤달콤한 풍미가 이어집니다. 중간쯤 지나면 따뜻한 향신료 — 시나몬과 살짝의 생강 — 가 고개를 들면서 단조롭지 않게 받아쳐줍니다. 바닐라가 중심을 잡아주는 덕분에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고, 글렌그란트가 럼 캐스크와 만나면서 제 스타일을 잃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오히려 럼이 글렌그란트의 과일 캐릭터를 한층 더 화사하게 끌어올린 느낌이에요.

피니시 (Finish)

🌅 Finish

피니시는 상당히 길고, 크리미합니다. 삼키고 나서도 신선한 파인애플과 살짝 달달한 코코넛 크림 같은 여운이 꽤 오래 남아요. 스페이사이드답게 쓴맛으로 끝나지 않고, 달콤하면서도 깔끔하게 마무리됩니다. 이게 이 제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위스키를 마시고 난 후의 여운이 기분 좋다는 건, 다음 잔을 자연스럽게 따르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항목별 점수 (주관적 평가 / 10점 만점)

노즈
8.8
팔레트
8.2
피니시
8.5
밸런스
8.4
가성비
8.0

종합 점수: 8.4 / 10


3. 글렌그란트 라인업과의 비교

이 제품이 얼마나 '다른지' 느끼려면 글렌그란트의 기존 라인업과 비교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저는 평소에 글렌그란트 10년과 15년을 자주 마시는 편이라, 이 두 제품과 비교해봤어요.

항목 익스플로레이션 넘버원 글렌그란트 15년 글렌그란트 10년
도수 48% ABV 50% ABV 40% ABV
캐스크 버번 + 럼 피니시 버번 배럴 버번 배럴
주요 향 트로피컬, 바나나, 바닐라 꿀, 꽃, 과일 사과, 레몬, 바닐라
캐릭터 화사하고 이국적 복합적이고 풍성 가볍고 깔끔
가격대 약 99,800원 약 110,000원 약 50,000~60,000원
구매 가능 여부 한정판 (재출시 없음) 정규 라인업 정규 라인업

글렌그란트 15년이 복합적이고 묵직한 우아함을 자랑한다면, 익스플로레이션 넘버원은 그보다 더 직관적이고 밝은 인상입니다. 처음 마시는 순간 트로피컬함으로 강하게 어필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위스키 입문자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고, 동시에 오랜 글렌그란트 팬들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어?'라는 신선함을 줍니다.

10년과 비교하면, 10년이 가벼운 청량감과 과수원 향에 집중한다면 넘버원은 그 과일향이 럼의 영향으로 열대지방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튼 느낌이에요. 같은 베이스에서 출발했지만 도착지가 전혀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 럼 캐스크 피니시 6개월의 효과: 이 제품은 전통적인 스톤 던니지 창고에서 버번 배럴로 숙성을 마친 뒤, 약 6개월간 엄선된 럼 캐스크에 옮겨져 피니시를 받았습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은 열대과일과 다크 슈거의 풍미를 충분히 입히면서도, 글렌그란트 본래의 스페이사이드 캐릭터를 압도하지 않도록 조율된 기간으로 보입니다.

출처: Royal Mile Whiskies 제품 상세 정보


4. 종합 평점 및 추천 대상

한 마디로 요약하면 —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럼 캐스크라는 실험적 시도가 글렌그란트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매력적인 트로피컬 레이어를 더하는 데 성공했다고 느꼈어요.

이런 분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위스키를 자주 마시지 않지만 가끔 좋은 한 잔을 즐기고 싶은 분, 셰리나 피트가 부담스러워서 버번 배럴 위주의 가볍고 과일향 강한 스페이사이드를 즐겨온 분, 하이볼로 마실 위스키를 찾는 분께 특히 잘 맞습니다. 실제로 이마트 트레이더스 시음 행사에서 마셔본 분들이 하이볼로 마셨을 때 트로피컬한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고 입을 모았거든요.

이런 분들에게는 조금 신중하게 추천합니다

진하고 무거운 셰리 봄 위스키를 선호하거나, 피트하고 스모키한 아일레이 스타일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가볍고 달콤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처음 접할 때 알코올 자극이 생각보다 강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도수에 예민한 분은 물 몇 방울을 꼭 추가해서 마셔보시길 권해드려요.

🥃 하이볼로 마실 때 팁: 글라스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위스키 1 : 탄산수 3 비율로 시작해보세요. 트로피컬 과일향이 더 화사하게 열리면서 파인애플 하이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여름철 야외에서 마시면 정말 환상적인 조합이에요.


5. 구매 정보 및 마시는 방법

어디서 살 수 있나요?

국내 출시 당시에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전 지점 단독 판매로 진행됐으며, 가격은 99,800원이었습니다. 현재는 트레이더스 외에도 일부 주류 전문점(보틀벙커, 주락이월드 등)과 온라인 주류 플랫폼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한정판이기 때문에 재고가 소진되면 더 이상 구매할 수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희소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요.

해외 기준 권장 소비자가격은 약 85파운드(영국) 수준으로, 글렌그란트 공식 홈페이지 및 더 위스키 익스체인지(The Whisky Exchange) 등 글로벌 주류 플랫폼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 The Whisky Exchange — Glen Grant Exploration No.1

어떻게 마시는 게 가장 맛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처음에는 니트로, 이후 물 한두 방울 더해서 마셔보길 추천합니다. 비냉각여과 위스키는 소량의 물이 향과 맛의 레이어를 훨씬 풍성하게 열어주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 다음엔 하이볼로 마셔보시면 전혀 다른 매력을 발견하실 거예요. 특히 파인애플 주스와 섞으면 트로피컬 칵테일 느낌이 극대화됩니다. 물론 정통 위스키 방식으로 니트만 즐기셔도 충분히 훌륭합니다.

보관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정판 위스키인 만큼 보관 방법도 신경 쓰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직사광선을 피하고, 세워서 보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개봉 후에는 산화가 진행되므로 가능하면 3~6개월 이내에 음용하는 걸 권장하고, 잔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면 더 빠르게 즐기시는 게 좋습니다.


🥃 총평 — 이 위스키, 사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사시는 게 맞습니다. 그것도 가능하면 지금 바로요.

글렌그란트 익스플로레이션 넘버원은 단순히 '한정판이라서 사야 한다'는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제품이 아닙니다. 실제로 마셔보면, 100만 원이 가까운 고숙성 위스키들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10만 원 안팎의 가격대에서 이 수준의 트로피컬 경험을 주는 스페이사이드 싱글몰트는 흔하지 않습니다. 럼 캐스크가 글렌그란트의 특유의 과일 캐릭터를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증폭시켰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마스터 디스틸러 그레이그 스테이블스가 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에서 출발했다는 점도 이 위스키에서 느껴집니다. 단순히 '럼 캐스크에 담갔다가 꺼낸' 수준이 아니라, 글렌그란트라는 베이스와 럼의 풍미가 어디서 만나고 어디서 갈라지는지를 충분히 고민한 흔적이 시음 노트 곳곳에 녹아있어요.

익스플로레이션 시리즈의 다음 넘버(No.2)가 어떤 캐스크로 나올지도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그 기준점이 될 첫 번째 작품으로서, 익스플로레이션 넘버원은 충분히 좋은 출발을 끊었다고 생각합니다. 위스키 한 잔이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위스키였어요. 🌴

📚 참고 출처

글렌그란트 공식 홈페이지 — Exploration No.1 제품 페이지 / PR Newswire — 공식 출시 보도자료 (2025.09.03) / 스포츠경향 — 한국 출시 기사 (2025.10.22) / The Whisky Exchange — 제품 정보 / Royal Mile Whiskies — 테이스팅 노트

© 2026 블로그 포스팅 | 본 글은 직접 시음 경험과 공개된 공식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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