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2026
와인 한 잔에 제국이 흔들렸다 — 명욱 교수의 왕과 술의 세계사 완전 해부
와인 한 잔에 제국이 흔들렸다 — 명욱 교수의 『왕과 술의 세계사』 완전 해부
서론 — 페트뤼스 한 병이 수백만 원인 이유를 역사에서 찾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저도 와인 앞에선 가끔 주눅이 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가격표를 볼 때가 그렇죠. 보르도 그랑 크뤼 한 병에 수십만 원은 기본이고, 페트뤼스나 로마네 꽁티 이름이 붙으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포도즙 발효시킨 게 왜 이렇게 비싼 거지?'라는 의문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2026년 6월에 출간된 신간 『왕과 술의 세계사』를 읽으면서 그 질문에 꽤 명쾌한 답을 얻게 됐습니다. 저자인 명욱 교수는 "와인의 천문학적인 가격은 단순한 맛의 대가가 아니라 인류 문명을 관통해 온 권력과 불멸의 역사를 소유하려는 욕망의 비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요컨대, 우리가 와인 한 병에 지불하는 돈의 상당 부분은 수천 년의 서사를 사는 것이라는 얘기죠.
이 포스팅에서는 책의 구성과 핵심 내용, 저자 소개, 그리고 비슷한 주제의 책들과의 비교까지 꼼꼼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물론이고,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접하고 싶은 분들께도 충분히 권할 수 있는 책입니다.
본론 1 — 책 기본 정보와 저자 소개
책 스펙 한눈에 보기
| 제목 | 왕과 술의 세계사 |
|---|---|
| 저자 | 명욱 |
| 저자 소속 |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
| 분류 | 역사 교양서 / 술 인문학 |
| 주요 소재 | 와인을 중심으로 한 세계사 — 고대 조지아부터 나폴레옹 시대까지 |
| 출간 | 2026년 6월 |
| 전작 | 『술기로운 세계사』,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
| 주요 출처 | 이뉴스투데이 출간 보도 (2026.06.01) |
저자 명욱은 누구인가
명욱 교수는 국내에서 '주류 인문학'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 주류 문화와 소비 트렌드, 브랜드 전략 등을 연구해 왔습니다. 방송 활동도 폭넓어서 tvN '어쩌다 어른', EBS '평생학교', KBS '역사저널 그날' 등에 출연해 술과 역사를 연결하는 인문학적 통찰을 대중에게 전달해왔습니다. 현재는 KBS 1라디오 '오늘아침'의 '酒말나들이' 코너에 고정 출연 중이기도 합니다.
전작 『술기로운 세계사』(2023)는 술이 인류 역사의 흐름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다양한 주종을 통해 풀어낸 책인데, 이 책에서는 와인이라는 단일 주제에 더 깊이 집중해 권력과 지배의 서사를 추적합니다. 같은 저자의 팬이라면 확실히 만족할 만한 심화편이라고 볼 수 있고, 이 책을 먼저 접하는 독자라도 충분히 독립적으로 읽힙니다.
개인적으로는 위스키 책이나 리뷰를 주로 읽어오다가, 이 책 제목을 보고 잠깐 망설였습니다. 와인 전문 서적이 아닐까 싶어서요. 그런데 실제로 읽어보니 와인은 이야기를 이끄는 '도구'이고, 본질은 세계사의 권력 구조와 인간의 욕망을 읽는 책이었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종을 불문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본론 2 — 책의 구조와 8장의 핵심 내용
『왕과 술의 세계사』는 크게 전반부(1~3장)와 후반부(4~8장)로 나뉩니다. 전반부는 와인의 탄생과 문명 속 확산 과정을, 후반부는 왕권과 전쟁, 사회 변혁의 도구로서 와인을 조명합니다.
인류 최초의 양조 흔적이 발견된 조지아(Kvevri 점토 항아리, 약 8,000년 전)에서 시작해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로 이어지는 와인 문화의 확산을 추적합니다.
중세 수도원이 와인 양조 기술을 보존하고 발전시킨 과정, 그리고 교황권과 와인이 결합해 와인이 '성스러운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 역사를 다룹니다.
영·프 116년 전쟁의 이면에 있던 보르도 와인 무역권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분석합니다. 십자군 전쟁과 와인의 연결고리도 함께 다룹니다.
'태양왕' 루이 14세가 정교한 궁정 문화와 와인 의례를 통해 귀족들을 베르사유에 묶어두고 왕권을 강화한 메커니즘을 분석합니다.
왕실 전유물이었던 와인이 혁명 이후 어떻게 대중의 음료로 재편되었는지, 그리고 이 과정이 사회 질서 재편에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를 살펴봅니다.
나폴레옹이 원정 중 군대의 사기를 유지하기 위해 와인을 보급품으로 활용한 전략과, 그가 특히 애호한 부르고뉴 뮈지니를 둘러싼 일화를 다룹니다.
본론 3 — 인상 깊은 역사 에피소드 세 가지
① 백년전쟁은 결국 '와인 전쟁'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백년전쟁(1337~1453년)은 프랑스 왕위 계승권을 둘러싼 영국과 프랑스의 갈등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잔 다르크, 에드워드 3세, 그리고 116년이라는 긴 전쟁 기간. 그런데 이 책은 그 뒤에 숨겨진 경제적 동기를 와인이라는 렌즈로 조명합니다.
당시 프랑스 남서부의 보르도 지방은 사실상 영국의 경제적 젖줄이었습니다. 보르도에서 생산된 와인은 영국으로 수출되며 막대한 세수를 안겨줬는데, 이것이 영국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왕실 입장에서는 이 기름진 땅이 영국의 손에 있는 게 눈엣가시였고, 영국 입장에서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금싸라기 땅이었습니다. 왕위 계승 명분은 어쩌면 표면적인 이유였고, 본질은 보르도 와인 무역권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입니다.
② 루이 14세의 와인 권력학 — 귀족을 베르사유에 가두다
'태양왕' 루이 14세는 프랑스 절대왕정의 정점을 찍은 군주입니다. 그런데 그가 귀족들을 통제한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정교한 궁정 문화, 그 중심에 와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펼쳐진 화려한 연회와 의례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습니다. 귀족들을 수도에 묶어두고, 복잡한 궁정 예법에 종속시키며, 결과적으로 지방에서의 독자적인 세력 기반을 약화시키는 치밀한 정치적 장치였습니다.
특히 와인이 어떤 순서로, 어떤 잔에, 어떤 방식으로 제공되느냐가 귀족의 서열과 총애를 드러내는 지표가 되었습니다. 왕이 어떤 귀족에게 먼저 와인을 권하느냐 — 이것 하나가 베르사유 정치의 판세를 좌우할 수 있었습니다. 루이 14세는 미식과 음주 문화를 통치의 수단으로 승화시킨 최초의 '브랜딩 군주'였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③ 나폴레옹과 샹베르탱 — 전쟁터의 와인 보급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하면 전략과 정복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가 와인 애호가였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나폴레옹이 특히 아낀 와인은 부르고뉴의 주브레 샹베르탱(Gevrey-Chambertin)이었는데, 원정 중에도 이 와인을 빠뜨리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는 장거리 원정에서 병사들의 체력과 사기를 유지하기 위해 와인을 정기적으로 보급하는 시스템을 운영했습니다. 와인이 군수품이 된 순간입니다.
이 책은 나폴레옹이 와인을 단순한 기호품이 아닌 '통치와 전략의 일부'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그의 와인 문화를 평가합니다. 이후 나폴레옹의 패배와 유배가 프랑스 와인 산업에 끼친 영향까지 연결해 분석하는 부분은 책의 백미 중 하나입니다.
본론 4 — 역사 속 와인을 주무른 권력자들
본론 5 — 비슷한 책들과의 비교: 이 책을 어떻게 자리매김할까
국내외에 술과 역사를 엮은 책은 꽤 여러 권 나와 있습니다. 이 책을 기점으로 관련 독서를 이어가려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비교해봤습니다.
| 책 제목 | 저자 | 주요 주종 | 접근 방식 | 난이도 |
|---|---|---|---|---|
| 왕과 술의 세계사 | 명욱 | 와인 중심 | 권력·정치사와의 연결 | ★★★☆☆ |
| 술기로운 세계사 | 명욱 | 다양한 주종 | 술별 역사 에피소드 | ★★☆☆☆ |
| 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 미야자키 마사카츠 | 와인·맥주·증류주 | 지역별 문화사 | ★★★☆☆ |
| 술의 세계사 | 패트릭 맥거번 | 발효음료 전반 | 고고학·화학적 접근 | ★★★★☆ |
|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 명욱 | 다양한 주종 | 문학·감성 에세이 | ★★☆☆☆ |
『왕과 술의 세계사』는 경쟁작들 중에서 권력과 정치의 관점으로 와인을 가장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책입니다. 패트릭 맥거번의 『술의 세계사』가 고고학적 근거 중심이라면, 이 책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 중심이라 훨씬 읽기 쉽고 이야기 전개가 흥미롭습니다. 술을 전혀 모르는 분도 역사책으로서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이 특별히 유익한 독자는 누구인가
술을 좋아하지만 단순한 테이스팅 노트 이상을 원하는 분, 세계사를 쉽게 접하고 싶은 분, 와인의 높은 가격이 늘 의문이었던 분, 그리고 유럽사·왕실사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이 딱 맞습니다. 특히 와인을 업무 접대나 선물로 자주 접하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이 와인 뒤에는 이런 역사가 있었구나" 하는 맥락을 자연스럽게 갖추게 됩니다. 와인 한 잔을 마시면서 나눌 이야기가 훨씬 풍성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결론 — 한 잔의 와인 안에 담긴 수천 년의 욕망
📚 최종 총평 및 추천 이유
『왕과 술의 세계사』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볍지도 않습니다. 와인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고대 조지아부터 나폴레옹 시대까지 세계사의 핵심 장면을 관통하는 이 책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역사 입문서로,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시각의 문화사로 기능합니다.
저자 명욱 교수가 줄기차게 주장해 온 한 가지 명제가 이 책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술은 그저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읽는 도구"라는 것입니다. 와인이 왜 이렇게 비싼지, 보르도와 부르고뉴가 왜 전 세계 와인의 기준이 됐는지, 수도원이 왜 중세 최고의 와인 생산지였는지 —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질문들에 스스로 답할 수 있게 됩니다.
한 줄 요약: "와인의 역사는 권력의 역사다. 이 책은 그 증거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이 책을 읽은 후 더 깊이 들어가고 싶다면 명욱 교수의 전작 『술기로운 세계사』를 함께 읽는 것을 권합니다. 와인을 넘어 위스키·맥주·소주·사케 등 다양한 주종이 세계사를 어떻게 바꿨는지를 다루고 있어 좋은 짝이 됩니다. 좀 더 학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 패트릭 맥거번의 『술의 세계사』도 훌륭한 선택입니다.
위스키를 주로 다루는 이 블로그에서 와인 역사책을 소개하는 게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술의 세계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와인을 이해하면 왜 스카치 증류소들이 셰리 캐스크에 집착하는지, 왜 포트 파이프가 귀한 숙성 캐스크 대접을 받는지도 더 잘 보이게 됩니다. 결국 술에 대한 깊은 이해는 역사와 문화를 함께 읽는 데서 시작합니다.
· 이뉴스투데이 — 명욱 세종사이버대 교수, '왕과 술의 세계사' 출간 (2026.06.01)
· 농민신문 — 왕과 술의 세계사 새책 소개 (2026.06.02)
· 한국일보 — 백년전쟁이 빚은 보르도 와인의 반전
· 한국경제신문 — 술기로운 세계사 출간 보도 (2023.07)
· 브런치(술 스토리) — 영국, 프랑스의 백년전쟁, 그리고 와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