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1/2026
『매버릭 : SMWS 창립자의 숨은 이야기』 서평 — 위스키 한 모금이 세상을 바꾼 어느 반골의 회고록
『매버릭 : SMWS 창립자의 숨은 이야기』 서평 — 위스키 한 모금이 세상을 바꾼 어느 반골의 회고록
📌 분류: 위스키 책 서평 | 📖 원제: Maverick – The Founder's Tale | ✍️ 저자: 핍 힐스(Pip Hills)
위스키 한 잔이 역사를 만든다는 것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SMWS, 즉 스카치 몰트 위스키 소사이어티(The Scotch Malt Whisky Society)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전 세계 40여 개국에 걸쳐 수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현재까지도 가장 영향력 있는 싱글 몰트 위스키 멤버십 클럽입니다. 그런데 이 조직이 사실 1980년대 초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세금 회계사 한 명이 친구 몇 명과 캐스크 하나를 공동 구매하면서 시작됐다는 걸 아시는 분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핍 힐스(Phillip 'Pip' Hills)입니다. 그리고 이 책, 『매버릭 : SMWS 창립자의 숨은 이야기(Maverick – The Founder's Tale)』은 그가 직접 쓴 회고록입니다. 원서는 2019년 『The Founder's Tale: A Good Idea and a Glass of Malt』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간됐고, 2023년 SMWS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개정·증보판이 나왔습니다. 개정판에는 그가 1990년대 중반 SMWS에서 쫓겨나다시피 빠져나온 이야기와, 수십 년 만에 다시 소사이어티 품으로 돌아오는 과정까지 새롭게 수록됐습니다.
저는 위스키 관련 책이라면 꽤 가리지 않고 읽어온 편입니다만, 이 책은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다른 종류의 책이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증류 공정이나 테이스팅 노트를 알려주는 실용서가 아니었고, 위스키 산업의 역사를 딱딱하게 정리한 교양서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어느 비범한 아마추어가 전문가들이 "그거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걸 무시하고 세상을 조금 바꿔버린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매버릭(Maverick), 즉 "관습을 따르지 않는 독립적인 인간"인 것입니다.
저자 핍 힐스는 누구인가
필립 '핍' 프랜시스 로건 힐스(Phillip 'Pip' Francis Logan Hills)는 1940년 스코틀랜드 보네스(Bo'ness)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두 노동자인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그는 17세에 에든버러 대학교 의대에 입학했지만, 공부보다 등반에 더 빠져들었습니다. 1950년대 후반에는 에든버러의 스콧 기념탑(Scott Monument)을 최초로 맨손으로 오른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 뒤 7년간 철학을 공부하고, 부두 노동자로도 일하고, 트럭 운전도 하다가 결국 세무 회계사로 자리를 잡아 10년간 사업을 운영했습니다.
위스키와의 인연은 1970년대 초 애버딘셔(Aberdeenshire)의 작은 농가를 방문하면서 시작됩니다. 친구 부부가 이사 온 그 농장에는 스탠 바넷(Stan Barnett)이라는 이웃 농부가 있었는데, 그는 매년 봄 낡은 랜드로버를 몰고 글렌파클라스(Glenfarclas) 증류소를 찾아가 셰리 쿼터 캐스크를 한 통씩 사두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스탠이 레모네이드 병에 그 위스키를 담아 들고 나타났고, 핍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짜 싱글 몰트 위스키를 맛봤습니다. 그 한 잔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책의 구성과 개정판에서 추가된 내용
이 책은 크게 세 개의 흐름으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는 SMWS 창립 이전의 핍 힐스 개인 이야기, 두 번째는 소사이어티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갈등과 축출까지의 과정, 세 번째는 2023년 개정판에 새로 추가된 "망명에서의 귀환"입니다. 2019년 초판에는 없었던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이야기, 즉 그가 자신이 만든 조직에서 밀려나고 수십 년 동안 소사이어티와 거리를 둔 채 살아온 시간, 그리고 창립 40주년을 앞두고 다시 소사이어티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이 솔직하게 담겨 있습니다.
✍️ 직접 경험담
사실 저는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SMWS 홍보용 책이겠지"라고 반쯤 흘려봤습니다. 창립자가 쓴 자기 단체 이야기라면 당연히 미화하고 포장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책을 펴자마자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핍 힐스는 자기 자신의 실수도, 내부의 갈등도, 자신이 쫓겨난 사정도 상당히 솔직하게 씁니다. 이건 자화자찬 회고록이 아니라, 흘러간 세월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는 어떤 사람의 솔직한 독백에 가깝습니다.
아무도 싱글 몰트에 관심 없던 시절
이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1980년대 초 스코틀랜드 위스키 산업의 풍경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은 글렌리벳, 글렌피딕, 라프로익 등의 이름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 스카치 위스키 시장은 압도적으로 블렌디드 위스키 중심이었습니다. 헤이그(Haig), 벨스(Bell's), 조니워커(Johnnie Walker) 같은 블렌드가 시장을 지배했고, 싱글 몰트는 일부 지역 애호가들 사이에서나 조용히 소비되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위스키 호수(Whisky Loch)"라는 말까지 나돌던 시절이었습니다. 블렌디드 위스키용 원액 재고가 창고에 넘쳐났고, 증류소들은 도무지 팔리지 않는 재고에 허덕였습니다. 포트 엘렌(Port Ellen)과 브로라(Brora) 같은 지금은 전설이 된 증류소들이 문을 닫은 게 바로 이 시기입니다. 그 와중에 핍 힐스는 역설적으로 창고 깊숙이 잠든 훌륭한 싱글 캐스크 몰트를 발견했습니다. 아무도 가격을 얹지 않던 시절, 오직 알코올 리터당 단가만으로 거래되던 위스키들을요.
그는 책에서 당시 달라스 두(Dallas Dhu) 증류소의 25년산 캐스크 일곱 통을 사들인 이야기를 전합니다. 퍼스트 필 셰리 버트 네 통과 세컨드 필 세 통이었는데, 그때는 캐스크의 품질이나 연식에 별도의 프리미엄이 붙지 않았습니다. 알코올 자체의 양에만 가격이 매겨졌으니까요.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어마어마한 가성비였지만, 그건 당시 업계 자체가 자기 제품의 진짜 가치를 몰랐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핍 힐스가 캐스크 스트렝스 싱글 몰트를 대중에게 직접 판매하겠다는 구상을 들고 업계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을 때, 돌아오는 반응은 한결같았습니다. "그런 걸 마실 사람이 없다." 당시 위스키 업계는 소비자의 입맛이 강하고 가공되지 않은 원액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냉각 여과를 하지 않으면 위스키가 흐려진다고, 도수가 높으면 아무도 못 마신다고. 그러나 핍은 달랐습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직접 마셔보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진짜 맛이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 항목 | 1980년대 위스키 업계의 시각 | 핍 힐스의 접근 |
|---|---|---|
| 싱글 몰트 수요 | "시장이 없다" | 입소문만으로 수요 발굴 |
| 캐스크 스트렝스 | "너무 강해서 못 마신다" | 가수 없이 원액 그대로 병입 |
| 증류소 이름 표기 | 상표권 보호로 거부 | 번호 코드 시스템(1.1, 1.2…) 발명 |
| 광고·마케팅 | 유료 광고 필수 | 광고비 0원, 입소문과 무료 언론 보도만 활용 |
| 냉각 여과 | 탁함 방지에 필수라고 여김 | 비냉각 여과, 풍미 보존 원칙 고수 |
레모네이드 병 한 통에서 세계 최대 위스키 클럽까지
모든 것은 레모네이드 병에서 시작됩니다. 스탠 바넷이 농가 벽난로 옆에 두었던 글렌파클라스 셰리 쿼터 캐스크를 레모네이드 병에 담아 나눠주던 그 장면에서요. 핍 힐스는 에든버러로 돌아와 곧장 글렌파클라스 증류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마침 기존 고객이 사망해 연간 캐스크가 비어 있었고, 스탠의 보증 덕분에 쿼터 캐스크 한 통을 2,500파운드에 살 수 있었습니다.
그 캐스크를 에든버러 뉴타운(New Town)의 자택 현관에서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더니, 소문이 소문을 낳았습니다. 배우 러셀 헌터(Russell Hunter), 건축가 벤 틴달(Ben Tindall), 작가 W. 고든 스미스(W. Gordon Smith) 등 예술계와 언론계 친구들이 모여들었고, 그 신디케이트는 빠르게 커졌습니다. 결국 1983년 5월, 정식으로 "더 스카치 몰트 위스키 소사이어티(The Scotch Malt Whisky Society)"가 법인으로 등록됐습니다.
본거지는 에든버러 레이스(Leith)에 있는 "더 볼트(The Vaults)"라는 오래된 창고 건물이었습니다. 1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아치형 지하 창고를 갖춘 이 건물은 당시 독립 보틀러 J.G. 톰슨이 사용하다 비운 곳이었습니다. 소사이어티는 이곳을 5만 파운드에 사들였는데, 수리비가 끊임없이 나오는 바람에 꽤 혹독한 재정적 교훈을 얻었다고 책에는 나옵니다.
번호 코드 시스템의 탄생 — 위기를 기회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에피소드 중 하나가 번호 코드 시스템의 탄생 비화입니다. 핍이 증류소 이름을 라벨에 넣으려 했을 때 업계 자문을 해준 러셀 샤프(Russell Sharp, 전 치바스 브라더스 수석 화학자)가 경고했습니다. "증류소 이름은 모두 상표권으로 보호된다. 함부로 쓰면 법적 분쟁에 휘말린다." 그 제약이 오히려 가장 독창적인 솔루션을 낳았습니다.
첫 번째로 병입한 글렌파클라스가 "1번", 그 증류소의 첫 번째 캐스크가 "1.1"이 됐습니다. 글렌리벳이 "2번", 보우모어가 "3번"으로 이어졌습니다. 라벨에는 증류소 이름 대신 숫자만, 뉴스레터에는 "A96 도로를 따라 애버러를 지나 두 번째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어느 증류소가 있다"는 식의 우회적 설명이 실렸습니다. 법적으로 아무것도 위반하지 않으면서, 독자들에게는 마치 비밀 클럽의 일원이 된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습니다. 그 번호 코드는 지금도 SMWS의 트레이드마크로 남아 있습니다.
성공과 배신 — 창립자가 쫓겨나다
『매버릭』이 단순한 성공담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챕터에 있습니다. SMWS는 빠르게 성장했고, 회원이 늘면서 이사회 구성도 복잡해졌습니다. 이사진이 교체되고, 외부 자금이 들어오고, 기관화가 진행되면서 핍 힐스가 지키려 했던 원칙들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이사들은 블렌디드 위스키도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핍은 격렬히 반대했습니다. 소사이어티의 정체성은 오직 싱글 몰트, 싱글 캐스크, 캐스크 스트렝스에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기 때문입니다.
갈등은 계속됐고, 결국 1995년 핍은 자신이 만든 조직에서 실질적으로 밀려났습니다. 이 부분을 책에서 읽을 때 저는 꽤 불편했습니다. 창업자가 자기 아이디어로 키운 조직에서 배제되는 과정은, 어느 회고록에서든 쓸쓸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나 핍 힐스는 그 감정을 격하게 토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차분하고 건조한 어조로 사실들을 나열하는데, 그 억제된 문체가 오히려 더 강렬하게 읽힙니다.
2023년 개정판의 핵심 — "냉전에서 귀환"
2023년 개정판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바로 이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핍은 SMWS를 떠난 뒤 수십 년간 소사이어티와 거의 접촉 없이 지냈습니다. 그랬던 그가 창립 40주년을 앞두고 다시 소사이어티의 초대를 받아 돌아오는 과정이 개정판에 새롭게 수록됐습니다. 그가 묘사하는 "귀환"의 정서는 복잡합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자신이 만든 것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안도, 자신이 없는 동안 그 조직이 변화하고 성장했다는 것에 대한 묘한 낯섦,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자리에 자신의 이름과 정신이 남아 있다는 것에 대한 조용한 자부심.
SMWS 창립 40주년인 2023년, 소사이어티는 핍 힐스를 "매버릭 인 치프(Maverick-in-Chief)"라는 호칭으로 공식 환영했습니다. 그 해 출시된 40주년 기념 한정판 위스키의 이름도 '매버릭(Maverick)'이었습니다. 스페인산 오크통에서 숙성한 12년 스페이사이드 싱글 몰트로, 올로로소와 페드로 히메네스 셰리 캐스크를 거쳐 병입된 이 위스키를 핍 자신이 직접 시음한 영상도 공개됐습니다. 그는 약간 비틀면서도 아주 솔직하게 평했습니다. "여러 캐스크를 거치는 건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증명하는 건 맛이니까요. 그리고 이건 아주 훌륭한 위스키입니다."
✍️ 직접 경험담
이 책에서 제가 가장 오래 머물렀던 장면은 핍이 보우모어 증류소를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오너 모리슨(Morrison) 씨가 그에게 시음용으로 내놓은 것이 싱글 몰트가 아닌 블렌드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너 자신이 자기 증류소 위스키의 맛이 어떤지를 핍에게 물어봤다는 대목. "자기 증류소 위스키의 맛을 모른다"는 이 장면이 당시 업계가 싱글 몰트를 얼마나 홀대했는지를 단 한 줄로 보여줍니다. 지금 보우모어 12년 한 병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으로서, 그 아이러니가 너무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을 읽는 경험은 어떤가
핍 힐스의 문장은 가볍고 빠릅니다. 무거운 역사적 서술이나 감성적인 자기 포장 없이, 마치 오랜 친구와 위스키 한 잔을 나누며 옛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처럼 술술 읽힙니다. 영국식 위트가 군데군데 배어 있어 실실 웃게 되는 순간도 꽤 있습니다. 한국어판 제목은 『매버릭 : SMWS 창립자의 숨은 이야기』인데, 원서를 중심으로 번역된 이 책도 그 가벼운 호흡을 잘 살려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건 책 전반에 등장하는 1937년 디젤 구동 라곤다(Lagonda) 자동차 이야기입니다. 핍은 이 희귀한 프로토타입 차량을 몰고 1980년대에 동유럽 공산권을 돌아다니며 위스키를 전파했습니다. 세상에 단 두 대밖에 없는 차를 타고 철의 장막 너머로 스카치를 가져간다는 이 장면은, 소사이어티의 반골 정신을 이 차 한 대로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위스키 입문자와 애호가, 누구에게 더 어울리는 책인가
| 독자 유형 | 이 책이 주는 것 | 아쉬울 수 있는 것 |
|---|---|---|
| 위스키 입문자 | 싱글 몰트가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됐는지의 맥락, 위스키를 처음 발견하는 감동 | 테이스팅 가이드나 증류 공정 설명은 없음 |
| SMWS 회원·팬 | 자신이 즐기는 클럽의 뿌리를 직접 창업자의 목소리로 듣는 경험 | 이미 아는 내용이 일부 겹칠 수 있음 |
| 위스키 애호가·수집가 | 1980년대 스카치 산업의 실상, 초기 SMWS 희귀 보틀링의 역사적 맥락 | 개별 캐스크 시음 노트는 없음 |
| 기업·창업 관심자 | 아이디어 하나로 업계를 바꾼 창업 스토리, 조직 갈등과 창업자 축출의 현실 | 비즈니스 분석 관점의 내용은 적음 |
이 책은 "위스키를 공부하기 위한 책"이 아닙니다. 위스키가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과 얽히고, 그 인생이 어떻게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그래서 위스키를 전혀 모르는 분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오히려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싱글 몰트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책이 위스키 역사에서 갖는 의미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싱글 몰트 위스키 문화는 사실 당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글렌피딕이 1963년 최초로 싱글 몰트를 전 세계에 마케팅하기 시작했고, 핍 힐스와 SMWS가 1983년 캐스크 스트렝스·싱글 캐스크·비냉각 여과라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이 두 흐름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찾는 글렌파클라스 105, 브루클라디 옥토모어, 포 로지스 싱글배럴 같은 제품들의 철학적 토대가 훨씬 늦게 만들어졌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 현대 싱글 몰트 문화의 기원 문서에 가깝습니다. 지금 SMWS는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2019년 기준으로 약 26,000명이었던 회원 수가 이후 수만 명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2019년 경매에서 SMWS의 첫 번째 브로라 캐스크 보틀링(61.1)이 6,000파운드 이상에 낙찰된 것이나, 포트 엘렌·달라스 두 같은 페쇄 증류소의 초기 SMWS 보틀링이 수집 시장에서 최고가를 형성하는 것도, 모두 핍 힐스의 "좋은 생각과 위스키 한 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공식 출처 및 참고 자료
마치며 — 반골의 위스키가 남긴 것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이 있습니다. 핍 힐스가 첫 캐스크를 구매하던 순간을 회상하며 쓴 말입니다. "나는 이 일이 인류 행복의 총량을 아주 조금 늘리는 것 외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도 그것이 나쁜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문장이 이 책 전체를 요약합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야망도, 돈을 벌겠다는 계산도 없이, 그냥 좋은 위스키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던 한 사람. 그 순진함이 어떻게 세계 최대의 위스키 클럽을 만들어냈는지를, 이 책은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글렌파클라스 셰리 캐스크 한 통을 친구들과 나누던 그 에든버러의 거실에서 시작된 일이, 지금은 전 세계 수만 명의 회원들이 매달 새 아웃턴(Outturn)을 기다리고, 초기 보틀링이 경매에서 수천 파운드에 낙찰되는 역사가 됐습니다. 핍 힐스는 결국 자신이 그 역사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자신이 없는 시간 동안 소사이어티가 계속 살아남아 성장했다는 사실로 조용히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위스키를 손에 들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특히 싱글 몰트나 캐스크 스트렝스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읽으시길 권합니다. 화려한 테이스팅 노트는 없지만, 우리가 지금 글라스에 따르는 그 위스키가 어떤 맥락에서 세상에 나왔는지를 알고 나면, 한 모금의 무게가 조금 달라집니다.
📋 『매버릭 : SMWS 창립자의 숨은 이야기』 총평
싱글 몰트 위스키에 입문한 분, SMWS 회원 혹은 관심자, 위스키 문화의 역사적 맥락이 궁금한 분, 창업 스토리와 조직 갈등에 관심 있는 분
1983년 SMWS 창립부터 1995년 축출, 2023년 귀환까지 — 업계의 편견을 거스른 한 인간의 40년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담은 유일한 문서
위스키 교과서가 아니라 위스키 소설처럼 읽히는 책. 가볍고 빠른 문체, 영국식 유머,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반골 정신. 싱글 몰트 한 잔이 더 풍부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배경 지식을 선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