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6/2026
조지레무스 버번 위스키 완벽 가이드 — 금주법 시대의 황제가 만든 하이라이 버번, 라인업별 테이스팅 노트까지
서론 — 병 하나에 담긴 금주법 시대의 전설
위스키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하셨을 겁니다. 바 진열대에 유독 시선을 잡아끄는 병이 하나 있는데, 레이블 디자인이 어딘가 1920년대 아르데코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이름은 낯선 인물의 성함을 쓰고 있는 경우 말이죠. 저도 처음 조지레무스 버번(George Remus Bourbon)을 마주쳤을 때 딱 그랬습니다. 유려한 금빛 레이블, 묵직한 병형, 그리고 뭔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이름. 호기심이 생겨 한 병 사서 돌아왔고, 집에서 조용히 따르면서 이 브랜드의 뒷이야기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조지 레무스(George Remus)라는 실존 인물의 삶 자체가 영화 한 편이었습니다. 금주법 시대(Prohibition Era, 1920~1933년) 미국에서 '밀주 왕(King of the Bootleggers)'으로 불리던 그는, 변호사이자 약사 출신으로 당시 미국 위스키 유통량의 무려 35%를 혼자 장악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의 화려한 파티와 수수께끼 같은 삶이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 제이 개츠비에게 영감을 줬을 것이라는 설이 지금도 유력하게 거론된다는 점이죠.
이런 배경을 가진 브랜드인 만큼, 조지레무스 버번은 단순한 위스키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오늘은 이 위스키가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어떤 라인업이 있는지, 실제로 마시면 어떤 맛인지까지 최대한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미국 버번에 관심이 생기셨거나, 버번 입문을 고민하고 계신 분, 혹은 이미 버번 마니아이신 분 모두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시길 바랍니다.
조지 레무스, 그는 누구였나 — 개츠비의 실제 모델로 불리는 인물
약사에서 변호사, 그리고 밀주 왕까지
조지 레무스(George Remus)는 1878년 독일 바이에른주 란즈베르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시카고에 정착한 그는 10대 초반부터 삼촌의 약국에서 일하며 생계를 도왔고, 이후 약학 대학을 졸업해 정식 약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법학까지 공부해 변호사 면허를 따냈으니, 그의 지적 야망은 젊은 시절부터 남달랐습니다.
1920년 금주법이 시행되자 레무스는 놀라운 통찰을 발휘합니다. 금주법 하에서도 의약용 목적으로는 위스키 판매가 허용되어 있었는데, 약사 출신인 그가 그 허점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꿰뚫어 본 것입니다. 그는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를 거점으로 삼아 합법적으로 면허를 가진 위스키 증류소들을 대거 사들이고, 의약용 위스키 유통 허가를 취득한 다음, 사실상 불법적으로 시중에 위스키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2년도 채 안 돼 미국 전체 주류 재고의 35%를 손에 쥐게 됐고,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밀주 왕'이라는 칭호를 얻었습니다.
파티와 전설 — 《위대한 개츠비》의 그림자
레무스가 유명해진 것은 단지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오하이오주에 마블 팰리스(Marble Palace)라는 호화 저택을 짓고, 거기서 열리는 파티마다 모든 남성 손님에게 다이아몬드 핀을, 여성 손님에게는 새 자동차를 선물로 나눠줄 정도로 거침없이 돈을 썼습니다. 그야말로 소설 속 개츠비의 그 유명한 파티 장면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F.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4년 《위대한 개츠비》를 발표하기 전, 켄터키주 루이빌의 실바크 호텔(Seelbach Hotel)에서 레무스와 여러 차례 만났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훗날 많은 역사학자와 위스키 연구자들은 이 만남이 개츠비라는 캐릭터 탄생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소설에서 개츠비의 부(富)의 출처가 밀주업으로 묘사되는 것, 루이빌의 실바크 호텔이 소설 속 데이지의 결혼식 장소로 등장하는 것 등 공통점이 상당히 구체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피츠제럴드 본인이 이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지만, 두 사람의 삶에 겹쳐지는 요소가 워낙 많아 이 설은 오늘날까지도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집니다.
몰락과 위스키 브랜드로의 부활
레무스의 이야기는 결코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1921년 연방 요원에게 체포되어 2년형을 선고받았고, 복역 중에 아내 이모진이 그의 재산을 빼돌려 다른 남자에게 갔습니다. 출소 후 레무스는 이모진을 직접 살해하고, 법정에서 '일시적 정신이상'을 주장해 무죄 판결을 받는 전무후무한 결말로 생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1952년 켄터키주 코빙턴에서 조용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2014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퀸시티 위스키(Queen City Whiskey Co.)가 그의 이름을 딴 위스키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2016년 11월에는 인디애나주 최대 증류소 중 하나인 MGP 인그리디언츠(MGP Ingredients)가 조지레무스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오늘날의 조지레무스 버번이 탄생하게 됩니다.
MGP — 조지레무스를 만드는 증류소 이야기
인디애나주 로렌스버그의 170년 역사를 가진 증류소
MGP 인그리디언츠(MGP Ingredients, Inc.), 정확히는 그 산하의 로스 앤 스쿼브 증류소(Ross & Squibb Distillery)가 바로 조지레무스 버번의 생산 기지입니다. 인디애나주 로렌스버그(Lawrenceburg)에 위치한 이 증류소는 무려 1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한때 시그램(Seagram)이 운영하던 곳이기도 합니다.
MGP는 오랫동안 버번과 라이 위스키 원액을 다른 브랜드에 공급하는 '소싱 증류소'로 유명했습니다. 불릿 라이(Bulleit Rye), 엔젤스 엔비(Angel's Envy), 하이 웨스트(High West), 템플턴 라이(Templeton Rye) 등 미국에서 유명한 위스키 브랜드 상당수가 사실 MGP의 원액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동안 '신뢰할 수 없는 소싱'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MGP가 얼마나 다양한 매시빌(mash bill)을 운용하며 얼마나 안정적인 품질의 원액을 생산하는지에 대한 업계의 인식이 달라졌고, 이제는 MGP 자체 라벨인 조지레무스 버번을 통해 그 실력을 정면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하이라이 매시빌 — 조지레무스의 시그니처
조지레무스 버번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하이라이(High Rye)입니다. 일반적인 버번이 옥수수 70% 이상에 라이(호밀) 비율을 15~20% 선으로 잡는 데 비해, 조지레무스는 라이 비율을 대폭 높인 두 가지 주요 매시빌을 사용합니다.
이 두 가지 매시빌을 어떤 비율로, 몇 년산을 블렌딩하느냐에 따라 각 제품의 개성이 결정됩니다. 마스터 디스틸러 이안 스터스만(Ian Stirsman)이 매년 직접 배럴을 선별하고 블렌딩 비율을 결정하는 이 과정이 조지레무스 버번 라인업의 핵심입니다.
조지레무스 버번 라인업 완전 정복
① 조지레무스 스트레이트 버번 — 플래그십 입문 제품
기본 스펙
조지레무스 버번의 대표 제품이자 가장 접근하기 쉬운 제품입니다. ABV 47%(94 프루프)로 논칠필터(non-chill filtered) 방식으로 병입되며, 최소 4년 이상 숙성됩니다. 가격은 미국 현지 기준 35~45달러 선으로, 버번 입문자에게 부담 없이 권할 수 있는 가격대입니다.
카라멜과 바닐라가 풍성하게 열리면서 시나몬, 올스파이스, 넛멕 같은 따뜻한 베이킹 스파이스가 이어집니다. 체리향이 은근히 깔리고 오크의 목질감이 배경에 자리합니다.
달콤한 카라멜과 바닐라 크림이 먼저 들어오고, 뒤이어 라이에서 오는 특유의 스파이시함이 올라옵니다. 체리 과실 노트가 중반부를 채우고 오크가 구조감을 잡아줍니다.
따뜻하고 길게 이어지는 여운. 후추와 오크가 남고 단맛이 서서히 물러납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며 라이 위스키에 가까운 드라이한 끝맛이 인상적입니다.
버번이지만 라이 위스키 느낌이 강합니다. 불릿 라이를 좋아하신다면 이 제품도 마음에 드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트레이트, 온더락, 맨해튼 칵테일 모두 잘 어울립니다.
처음 조지레무스 스트레이트 버번을 열었을 때는 솔직히 기대 반 의심 반이었습니다. 이미 MGP 원액을 쓰는 브랜드를 몇 가지 경험해봤기 때문에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잔에 따르고 30분 정도 두었다가 마셔보니 생각보다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체리향이 생각보다 뚜렷하게 느껴졌고, 라이의 스파이시함이 달콤한 바닐라 노트와 꽤 균형 있게 공존하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버번을 여러 병 두고 마실 때 '데일리 사이퍼'로 충분히 자리잡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맨해튼에 넣었을 때는 더더욱 빛났습니다. 라이의 스파이시함이 스위트 베르무트의 풍미와 환상적으로 맞아떨어지더군요.
② 리머스 리필 리저브 시리즈(Remus Repeal Reserve) — 연간 한정판의 정수
시리즈 개요
조지레무스 버번 라인업 중 가장 열정적인 위스키 팬들이 매년 기다리는 제품이 바로 리머스 리필 리저브(Remus Repeal Reserve) 시리즈입니다. '리필(Repeal)'은 1933년 금주법이 해제된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매년 가을, 정확히는 10월 전후 '전국 버번의 달(National Bourbon Heritage Month)'에 맞춰 출시되는 한정판으로, 그해 마스터 디스틸러 이안 스터스만이 엄선한 배럴들을 블렌딩해 만들어집니다.
현재까지 시리즈 I부터 IX까지 출시되었으며, 매 에디션마다 블렌딩 비율과 숙성 연수, 매시빌 구성이 달라져 각기 다른 개성을 선보입니다. 공통점은 모두 하이라이 고숙성 버번이라는 점, 그리고 논칠필터로 처리된다는 점입니다.
최신 에디션: 리필 리저브 시리즈 IX (2025년 출시)
시리즈 IX는 2025년 9월 출시된 최신 에디션입니다. 이 시리즈 역대 최고 도수인 104 프루프(52% ABV)로 병입되었으며, 10년에서 18년까지 숙성된 네 가지 하이라이 버번을 블렌딩했습니다.
공식 테이스팅 노트에 따르면 아로마는 숙성 오크, 가죽, 잘 익은 스위트 체리, 섬세한 담배 잎이 어우러지고, 팔레트에서는 체리, 로스팅 커피, 스모키한 스파이스가 두드러집니다. 피니시는 오크와 스파이스가 길게 이어지다 커피, 체리, 담배 노트로 마무리됩니다. 한정 출시 가격은 750mL 기준 미국 현지 $99.99(최소 권장 소비자가)입니다.
시리즈 VIII (2024년 출시) — 수상 이력
바로 직전 에디션인 시리즈 VIII은 2025 ASCOT 어워즈 플래티넘 메달과 2025 샌프란시스코 세계 스피릿츠 컴피티션 더블 골드 메달을 수상하며 품질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101 프루프(50.5% ABV)로 병입된 이 에디션은 10년~17년 숙성된 세 가지 버번의 블렌드로, 67%를 차지하는 36% 라이 매시빌 10년산이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버번 전문 매체 Breaking Bourbon에서 9/10점에 가까운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국내 버번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최근 몇 년간 가장 좋아진 에디션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③ 리머스 개츠비 리저브(Remus Gatsby Reserve) — 15년산 캐스크 스트렝스의 정점
개요 및 탄생 배경
리머스 개츠비 리저브(Remus Gatsby Reserve)는 2022년 처음 출시된 초한정판 제품입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 출간 100주년(1925→2025년)을 기념해 기획된 이 제품은, 조지레무스 버번 전 라인업 중 가장 프리미엄한 포지셔닝을 가집니다. MGP 로스 앤 스쿼브 증류소에서 직접 생산한 15년 숙성 버번을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 물을 일절 타지 않고 배럴 원액 그대로 병입)로 출시합니다.
2025 에디션 특징
2025년 에디션은 15년산 하이라이 매시빌 단일 원액으로 구성되며, 이전 에디션이 두 가지 매시빌을 블렌딩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하나의 매시빌에 집중해 라이의 스파이시한 캐릭터를 더욱 선명하게 끌어올렸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오랜 숙성에서 오는 복잡한 스파이스 레이어와 나이 든 버번 특유의 중후함이 잘 표현되어 있다고 현지 리뷰어들은 평가했습니다.
미국 현지 평균 가격은 750mL 기준 약 $261 수준으로, 조지레무스 라인업 중 가장 고가입니다. 수량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출시 직후 빠르게 소진되는 편입니다.
④ 조지레무스 하이에스트 라이(George Remus Highest Rye) — 극강의 스파이시 버번
기본 스펙
이름에서 짐작하듯, 조지레무스 라인업 중 라이 비율이 가장 높은 제품입니다. 매시빌은 옥수수 51% / 라이 39% / 맥아 라이 10%로 구성되어 있으며, ABV는 54.5%(109 프루프), 6년 숙성입니다. 라이 비율이 39%에 달한다는 것은 일반 버번의 기준을 훌쩍 넘어, 사실상 라이 위스키와 버번의 경계선 어딘가에 있는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달콤한 과일 시럽, 메이플, 카라멜과 바닐라의 균형 위로 민트, 시나몬, 무화과, 가죽 향이 겹겹이 쌓입니다. 배럴 숯(char) 특유의 스모키한 뉘앙스도 느껴집니다.
힘차고 자극적인 캔디드 체리와 스파이스가 전면을 장식하고, 후추, 정향의 강렬한 라이 캐릭터가 전체를 관통합니다. 도수에서 오는 열감이 존재하지만 거칠지 않고 정제되어 있습니다.
길고 따뜻하며 매우 드라이합니다. 후추와 오크가 끝까지 지속되고, 흑후추와 건과류 뉘앙스가 천천히 가라앉습니다.
라이 위스키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독특한 버번입니다. 스트레이트로 천천히 음미하거나, 아이스 한두 조각을 넣어 개방되는 향을 즐기시길 권합니다.
⑤ 2026 신작: 루 게릭 리저브(Remus Lou Gehrig Reserve 2026) — 야구 레전드와의 만남
2025년 베이브 루스 리저브(Babe Ruth Reserve)에 이어 2026년 조지레무스가 내놓은 새로운 한정판이 바로 루 게릭 리저브(Lou Gehrig Reserve 2026)입니다.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인 루 게릭을 헌정하는 이 제품은 아르데코 스타일의 홈플레이트 모양 유리병과 야구 배트 손잡이 형태의 마개로 마치 수집품 같은 포장이 특징입니다. 미국 현지 가격은 750mL 기준 $139.99 선입니다. 조지레무스가 단순한 위스키 브랜드를 넘어 스토리텔링과 콜렉터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조지레무스 버번 라인업 한눈에 비교
| 제품명 | ABV | 숙성 | 매시빌 | 미국 현지 가격(750mL) | 추천 대상 |
|---|---|---|---|---|---|
| George Remus Straight Bourbon | 47% (94 Proof) | 4년+ | 하이라이 블렌드 | $35~$45 | 버번 입문자, 데일리 사이퍼 |
| Remus Repeal Reserve IX | 52% (104 Proof) | 10~18년 | 21%/36% 라이 4종 블렌드 | $99.99 | 하이라이 버번 마니아, 기념 선물 |
| Remus Gatsby Reserve (2025) | 캐스크 스트렝스 | 15년 | 단일 하이라이 매시빌 | ~$261 | 고숙성 버번 컬렉터 |
| George Remus Highest Rye | 54.5% (109 Proof) | 6년 | 옥수수51/라이39/맥아라이10 | $50~$60 | 라이 위스키 팬, 스파이시 선호자 |
| Remus Lou Gehrig Reserve (2026) | 미공개 | 고숙성 | 하이라이 | $139.99 | 콜렉터, 스포츠/위스키 양쪽 팬 |
조지레무스 버번을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
스트레이트 vs 온더락 vs 칵테일
조지레무스 스트레이트 버번처럼 비교적 적당한 도수(47%)의 제품이라면 스트레이트(neat)로 먼저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냉장 상태가 아닌 상온에서 잔에 따라 5~10분 정도 향이 열릴 시간을 주면, 카라멜과 체리 노트가 한결 풍성하게 올라옵니다. 물 한두 방울을 더하면 라이 스파이스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하이에스트 라이나 리필 리저브처럼 도수가 높은 제품은 온더락(on the rocks)이나 소량의 물을 함께 두고 천천히 즐기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얼음이 녹으면서 온도가 낮아지고 도수가 희석되면서 새로운 향미 레이어가 드러납니다.
칵테일로는 맨해튼(Manhattan)이 단연 최고의 조합입니다. 라이 비율이 높은 조지레무스의 특성이 스위트 베르무트의 허브향과 절묘하게 어울립니다. 버번 2 : 스위트 베르무트 1의 비율에 앙고스투라 비터스 2대시, 여기에 마라스키노 체리나 오렌지 껍질로 가니시하면 훌륭한 클래식 맨해튼이 완성됩니다.
푸드 페어링
달콤함과 스파이시함이 공존하는 조지레무스 버번은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특히 훈연한 바비큐 립이나 스모키한 치즈(고다, 훈제 체다)와의 궁합이 훌륭합니다. 다크 초콜릿이나 피칸 파이 같은 달콤쌉쌀한 디저트와도 잘 맞습니다. 한국 음식 중에서는 의외로 삼겹살 구이와 잘 어울립니다. 고기의 지방기가 버번의 스파이시함을 부드럽게 받아주면서, 체리 노트가 돼지고기의 단맛과 은근히 잘 맞아 떨어집니다.
지난 가을 리필 리저브 시리즈 VIII을 구해서 집에서 열었습니다. 병을 따는 순간 드라이한 오크와 달콤한 캔디드 피칸 향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잔에 따르고 천천히 코를 갖다 대면 처음엔 메이플 시럽 같은 달콤함이 먼저 느껴지고, 조금 지나면 라이 특유의 후추와 정향 스파이스가 뒤를 잇습니다. 마셔보면 입안에서 처음에는 달콤하게 열리다가 급격하게 스파이시하게 바뀌는 전환이 꽤 극적입니다. 피니시는 정말 길었습니다. 홀짝 마시고 5분이 지나도 후추와 오크의 여운이 남아 있더군요. 101 프루프치고 열감이 잘 제어되어 있어서 꽤 편하게 마실 수 있었습니다. 위스키 한 잔에 1만 원 이상을 지불하는 게 망설여질 때도 있지만, 이 제품만큼은 그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고 느꼈습니다.
조지레무스 vs 비슷한 포지션의 버번 비교
조지레무스 버번과 비교하면 유용한 경쟁 제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모두 '하이라이 버번'이라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 구분 | 조지레무스 스트레이트 | 불릿 버번 | 포로즈 오 (Four Roses Small Batch) | 와일드 터키 101 |
|---|---|---|---|---|
| 증류소 | MGP (인디애나) | 불릿 (켄터키) | 포로즈 (켄터키) | 와일드 터키 (켄터키) |
| ABV | 47% | 45% | 45% | 50.5% |
| 라이 비율 | 36% (추정) | 28% | 35%/20% 혼합 | 13% |
| 가격(미국) | $35~$45 | $30~$40 | $35~$50 | $25~$35 |
| 풍미 방향 | 스파이시, 체리, 카라멜 | 달콤함, 과실, 부드러운 스파이스 | 꽃향기, 과실, 균형잡힌 스파이스 | 달콤함, 바닐라, 부드러운 오크 |
| 추천 상황 | 스트레이트, 맨해튼 | 하이볼, 온더락 | 스트레이트 음미 | 칵테일 전반 |
조지레무스는 켄터키 버번들과 비교해 확실히 더 스파이시하고 드라이한 방향을 지향합니다. 이는 MGP의 인디애나 하이라이 매시빌 특성에서 기인하는데, 달콤하고 부드러운 켄터키 버번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처음에는 다소 낯설 수 있습니다. 반대로 라이 위스키나 스파이시한 표현을 선호하시는 분이라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느끼실 제품입니다.
한국에서 조지레무스 구매 방법
국내 구매처 현황
조지레무스 버번은 한국에서도 일부 수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리필 리저브 시리즈나 개츠비 리저브 같은 한정판 제품은 정식 수입 물량이 매우 적어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루트를 정리해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국내 가격대
국내 수입 가격은 미국 현지 대비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관세, 주세, 유통 마진 등을 거치면 기본 스트레이트 버번 기준으로 국내에서는 보통 5만~8만 원 선에 형성됩니다. 리필 리저브 시리즈의 경우 국내 유통 물량이 매우 적어 구할 수 있을 때 바로 구매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조지레무스 버번을 권하는 분, 권하지 않는 분
이런 분께 강력 추천합니다
이런 분께는 다른 버번을 먼저 권합니다
결론 — 금주법 시대의 황제가 남긴 유산, 조지레무스 버번
조지 레무스라는 인물의 삶은 분명 논란이 많습니다. 그는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밀주업자였고, 결국 아내를 살해한 범죄자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살았던 금주법 시대라는 역사적 맥락, 그리고 《위대한 개츠비》라는 불멸의 문학 작품과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이 위스키 브랜드에 독특한 문화적 무게감을 더해줍니다.
위스키 자체만 놓고 봐도 조지레무스 버번은 충분히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MGP 로스 앤 스쿼브 증류소의 탄탄한 기술력, 이안 스터스만 마스터 디스틸러의 꼼꼼한 블렌딩, 그리고 하이라이 버번 스타일의 명확한 개성. 기본 라인업부터 리필 리저브, 개츠비 리저브까지 가격대와 취향에 따라 선택지가 다양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버번의 세계에 이제 막 발을 들이셨다면 기본 스트레이트 버번으로 시작해보시고, 조금 더 깊이 들어가고 싶으시다면 매년 가을 출시되는 리필 리저브 시리즈를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개츠비 리저브를 열 기회가 생긴다면, 그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 될 거라 자신합니다.
위스키 한 잔이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한 시대의 이야기를 담은 시간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조지레무스 버번은 잘 보여줍니다. 오늘 저녁, 어둑한 조명 아래 조지레무스 한 잔과 함께 1920년대 금주법 시대를 상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